공무원 퇴사율이 높아지는 걸 체감하고 있다. 내가 10년 전에 입사했으니 그때는 공무원 시험이 한창 어렵던 때라, 일단 합격만 하면 이건 평생직장이라는 그런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주변을 봐도 조기퇴직자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 공무원이 사직서를 내는 것은 '의원면직'이라고 한다. 사기업은 안 다녀봐서 모르겠지만 공무원 의원면직은 신청한다고 바로 되는 것도 아니고 과정이 좀 복잡하다. 복잡하다고는 하지만 사실 면직 예정자 본인이 해야 할 일은 심플하다.
의원면직 처리 절차
면직 의사를 상사(팀장, 과장 등)에게 예의상 먼저 알리고, 인사담당부서에 이를 알린다. 공무원은 사표 낸다고 끝이 아니고, 인사과에서 내 신원조회를 여러 기관에 공문요청한 뒤 문제가 없다고 회신이 오면 그제야 사직서 수리가 가능하다. 이 과정에 2주~한 달 정도 걸린다. 그러므로 희망 퇴사일 한 달 전에는 사무실에 알려야 한다.
그럼 내 신원조회가 되는 중에 내가 할 일은 무엇이냐.. 주변 동료들의 '퇴사하면 뭐하게?' '다음 계획은 뭐야?'에 대해 하루종일 답변하고, 인수인계를 준비하고, 내 책상과 서랍에 불필요한 물건들을 하나씩 정리하는 것.. ㅋㅋ 나는 사람 인연은 어떻게 다시 이어질지 모른다 생각해서 나름 성실하게 내 고유업무들을 정리해서 인수인계를 했다.
그런데 퇴사하려고 마음먹은 사람이 사실 그 상태로 한달이나 더 출근을 하는 건 진짜 고역이다. 연가가 남았으면 다 사용하시길.. 병가도 진단서 없이 쓸 수 있는 날짜 다 쓰고.. 자녀가 있다면 자녀 돌봄 휴가도 쓰고.. 다 모아서 쓰면 나 같은 경우 2주 정도 쉴 수 있었다.
의원면직 시 신경 써야 할 것들
돈 관련된 것부터 신경써야 한다. 퇴사를 생각한 순간부터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서 퇴직금 조회를 한 번씩 해보았다.
나같은 경우엔 연금대출을 갚은 상태여서 신경 쓰지 않았지만, 남아있는 공무원 연금대출이 있다면 갚아야 하는 걸로 알고 있다. 꼭 문의해봐야 한다. 퇴직금 신청도 퇴직일 이후에 이 사이트에서 하면 된다.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다..ㅎ 열흘 정도 뒤에 통장으로 입금이 된다. 10년의 세월 치고는.. 작지만.. 그래도 소중하다.
그다음에 신경 쓸 것은 보험인데, 건강보험은 퇴직일 후 한 달 정도 뒤에 반영이 되어서 지역 보험자로 변경이 된다. 아, 그러고 보니 실비도 어서 가입해야겠다.. '대출, 연금, 보험' 부터 정리하자.
퇴직 후...
주변 얘기 들어보면 보통 공무원이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그만둘 때는 정말 하고싶은 일이 있거나, 적어도 그에 대한 계획은 있는 상태에서 퇴사를 한다. 그런데 나 같은 경우는 '일단 그만둔' 케이스다. 그래서 엄청 불안하냐고? 딱히 그렇진 않다.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정말 고생했나 보다.. 퇴사한 지 두 달이 지났는데, 아직은 퇴직금 야금야금 쓰면서 살고 있다. 앞으로도 당분간 그럴 예정. 내 인생에 이렇게 백수인 적이 있었나. 일단은 너무 행복하다. 매일 아침 운동하고 책 보고 영어 공부하고, 블로그라는 것도 도저히 할 시간도 없고 엄두도 나지 않았는데 막상 시작해보니 재밌다.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뜬 기분이다. 매일 글 쓰는 습관도 생겼고. 무튼 면직 후 후회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처럼 찐으로 행복한 사람도 있으므로 이 글을 읽는 분이 용기를 냈으면 하는 마음이다.
'라이프스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로나 완치 후 6개월 - 어른 아이 후유증은? (0) | 2022.09.26 |
---|---|
[여행자 휴대품] 면세 한도 800불 상향 + 모바일 신고제 / 여행 초보 or 여행이 오랜만이신 분들을 위한 관세 총정리 (1) | 2022.09.22 |
통번역자격증 종류 알아보기 (TCT, ITT, STI) (0) | 2022.09.20 |
한국어 교원 자격증 - 취득 방법 정리 & 전망은 어떨까.. (0) | 2022.09.19 |
수증기 화상도 조심하세요. 화상 병원 2주 치료 후기. (0) | 2022.09.14 |